음악 잡담2010. 8. 16. 18:29


사실 그럴리가 없다. 내가 매시브 어택의 방한 소식을 보고 2초쯤 찡한 느낌이 들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오늘 본 동두천 락 페스티발이 결코 지산 못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 지산이 그만큼 후지게 운영했다는 말일 수도 있다.

1 교통
- 오리역에서 지산가는 셔틀타는데 대기 한시간이었다. 종로-분당-1시간대기-지산 이렇게 토탈 3시간 걸렸다. -_-
- 지산은 자가용에도 묻어가봤는데 분당-주차장-20분걸려 셔틀버스로 지산까지 이동 이렇게 가야했다. 이렇게 갈거면 자가용은 왜 끌고가나? 셔틀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영했다. -_-
- 종로에서 소요산 가는데 지하철로 편도 80분에 갔다.

2 비용
- 이건 뭐 비교대상은 아닌데 지산은 3일권이 15만원을 넘었고, 동락페는 무료였다.

3 편의시설
- 지산은 고립되어 지산에서만 통용되는 가짜돈을 구매하는 등의 바가지를 써야했다.
- 동락페는 소요산자락에서 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소요산 입구의 고기집에서 고기 꾸우면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었다. -_- 옥수수와 각종 전도 팔았으며 근처에는 슈퍼와 편의점도 있었다.
- 동락페 화장실은 간이 화장실 주제에 무척이나 좋았고, 심지어 에어컨도 나왔다.

4 그 외 코믹한 것들
- 지산은 입구부터 자동차 광고사의 음악이 들렸고 동락페는 소요산 입구부터 이박사풍의 각종 테크노 뽕짝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지산은 '강한 친구들'이 경호했는데, 동락페는 시가 운영하는거라 그런가 경찰이 와있었다. 헐.
- 지산은 네이버가 후원했는데 동락페는 누가 후원했는지 모르겠으나 스테이지 뒤에 커다란 모텔 광고가 계속 보였다. ㅎ
- 지산의 무대장치는 수준급이었으나 동락페의 무대장치는 화염방사기와 물분사기로 이루어진 올드한 방식의 포근반 것이었다. 아 화염방사기의 위엄은 정말 쩔었다. ㅎ
- 동락페는 경기도 행사라고 김문수가 축사를 보내주었다. -_-
- 지산은 각종 팬들이 모여 팬심을 과시했고, 동락페는 뭐든 음악만 나오면 뛸 준비가 된 일군의 청춘들과 동네에서 음악소리가 나니까 돗자리 들고나온 가족들이 가득했다. 솔직히 어르신들은 모두 김수철 보러 오셨더라.

총평을 해보자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 비교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락페가 공무원의 손길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훨씬 개선될 여지가 있고, 그렇게 되면 나름 따듯한 페스티발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이미 동락페는 나름 꽤 따듯한 느낌이 든다. (페스티발인지는 모르겠으나 ㅎ) 솔직히 지산은 앞으로도 이정도 헤드라이너 섭외 못하면 난 별로 갈 생각이 없어졌다. 서비스가 이따위면 자생은 어렵고 계속 후지락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여튼 15일 공연을 대충 다 앉아 봤는데 뭐랄까 사운드도 괜찮고 전반적으로 즐거웠다. 크라잉넛은 밴드생활 15년 했는데 Crying Net이라 써있다고 하소연하더니 퇴장하면서 감사합니다, 크라잉넷이었습니다 하고 나갔다. ㅎ 블랙홀 너무 열심히 해서 뭐랄까 관록과 함께 볼만했다. 김수철이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르는데 젊은이들은 몰라서 못따라부르더라. 대신 뒤의 어르신들이 따라해서 어쨌거나 싱얼롱이 가능했다. NEXT가 시작부터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불러 이건 뭥미 하고 있었는데 해철이형 너무 오바했고 또 사운드를 잘 못잡아서 보컬이 거의 안들리다시피 했다. 헤드라이너인 YB는 안봤다. 싫어하거든. ㅎ

어제 시간이 있었더라면 가서 볼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옥슨 80이나 사랑과 평화, 이치현과 같은 추억속의 뮤지션들도 있지만, 김목경의 연주도 그리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서울전자음악단이 있었으니 김종서,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아웃옵안중 뮤지션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즐길만 했을거 같다.

어쨌거나 이정도 라인업은 뭐라고 할까 꽤 컨셉도 있었다고 봐야한다. 14일은 8090 컨셉이고 15일은 대체로 메탈과 헤비사운드로 깔았거든. 후지락에 맞춰 되는대로 뮤지션들을 모아둔 지산에 비하면 훨씬 색깔은 분명하다.

동락페는 일단 동두천이라는 도시 이름을 너무 전면에 세우지 말고, 약간 이름을 바꿔보면 시골틱한 이미지를 좀 지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있을까. 수퍼 세션 뮤직 페스티발 이렇게 격하게 나가본다거나? ㅎㅎ) 그리고 도심(청량리도 도심이니)에서 1시간 거리라는 것을 강조해보면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 먼 곳은 아니다. 페스티발 기간에만 급행열차를 운행해볼 수도 있겠고.

결론은 이거다. 그동안 동락페 무시한거 미안했다. 이제 신경쓸란다. 동락페 화이팅.
Posted by ze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