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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6 불편한 아이폰
카테고리 없음2009. 12. 6. 13:20
딱히 나는 애플빠도 아니고 까도 아니지만 삼성과 SKT 커넥션이 너무 싫어서 아이폰을 골랐고 그래서 며칠 써봤다. 사방에 아이폰 찬가가 많아서 그냥 피곤했던거 몇가지 적어보련다. (참고로 내 성향을 좀 더 써보자면 잡스가 빌 게이츠보다는 낫다고 보고 픽사는 아주 좋아하니 애플 비호감인 사람은 아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최초의 폰이었던 것은 맞는거 같다. 국내에서 삼성, LG 등등의 회사들이 고자폰을 만들고 있을 동안 애플은 어쨌거나 뭔가 돌아갈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옴니아는 아직 못써봐서 모르겠지만 엑스페리아를 얼마간 써본 느낌으로는 와 정말 소니는 이제 망해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사용성이 떨어졌다. 반면에 아이폰은 어쨌거나 누르면 돌아가는 기능을 편하게 구현해두었다. 엇그제 급하게 사진을 하나 찍어야 했는데 그때까지 아이폰으로 사진기능을 한번도 안써봤던 내가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니 애플의 일관성있는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는 더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애플이 컨텐츠의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게 딱히 거짓부렁은 아니다. 문제는 모든 것이 아이튠즈를 통해야만 아이폰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건 아마존 킨들도 마찬가지고 SKT의 멜론도 마찬가지다. 음악도 영화도 애플리케이션도 모두 그러한데 불법을 막겠다는 수준을 넘어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물씬 풍긴다. 또 현실적으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은 별 말이 없더라. 이북이나 만화 파일, 음악 파일 등을 마음대로 아이폰에 넣고싶었던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고 그 부분에 대해 찾아보는데만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멜론이 애플과 같은 모델을 선택했는데도 (심지어 이름도 똑같이 과일을 -_-) 욕을 먹은 것은 서비스가 부드럽지 못하고 조잡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멜론도 국내 온라인 음악시장을 석권하긴 했다.

애플의 컨텐츠 관리에서 특히 폭력적인 것은 두대의 PC에서 아이튠즈에 동기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회사 PC에 동기화시킨 나는 집에서 음악파일을 교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폴더단위로 음악을 들을 수 없고 ID태그가 명확하지 않으면 찾아 들어갈 수 조차 없기 때문에 나는 편하게 내가 넣은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mp3p를 살 때도 이 점 때문에 아이팟을 거부했던 것인데 아이폰이 되니 결국은 이런 상황이다. 즉 애플은 사용자를 자기네 입맛대로 양떼몰이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이폰 해킹을 탈옥(jailbreak)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나는 한참 웃었다. 주변에 누가 성공하면 나도 탈옥을 해볼 생각이다.

아이폰 4일 쓰고 난 단평처럼 아이폰이 다른 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나은 것은 분명하다. 사용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브랜딩이라는 측면에서 애플과 아이폰은 초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무기로 사용자를 억압하려는 애플의 의도에 대해서도 한두마디 말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애플은 별로 원하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국내의 편협한 이통사들을 응징해주고 있어 지금은 나도 심정적으로 애플 편이다. 하지만 머잖아 애플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PS 
더 잘 만들 자신이 없으면 냅다 베끼기라도 해봐야 하는거 아닐까? 애플이 뻔히 보여주고 있는 인터페이스의 미래를 모방하기가 그렇게 힘든걸까? 브랜딩이야 모방이고 뭐고 안되지만 말이다.
Posted by ze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