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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2 [오즈 야스지로] 이른 봄(1956)
not music2009. 10. 2. 21:36
이걸 조춘이라고 써놓으면 영화의 범위를 넘는 개그가 되는데, 일단 국내 출시 야매 DVD에는 조춘이라고 나와있다. 언제나처럼 오즈의 심심한 영화들 중 하나인데 아무생각없이 틀었다가 150분이나 되어 깜짝 놀랐다. 그래도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이 영화의 내용은 사무직 노동자들의 애환 + 불륜은 나빠요 정도이다. 주인공 부부은 불륜은 나빠요라는 주제의식에 충실한데 난 그보다는 불륜녀로 나오는 '금붕어' 아가씨쪽이 더 마음에 든다. 남자가 그에게 사과를 할 때, 니가 왜 나에게 사과를 하냐, 우린 잘못한거 없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한다. 금붕어는 다른 사내 직원들이 다구리를 놓을 때도 전혀 꿀리지 않고 할말은 다 한다. 마지막에 살짝 울면서 뛰쳐나가주는 센스까지 가지고 있는 꽤나 치밀한 아가씨다. 이 다구리 놓는 아저씨들도 웃긴다. 이야 금붕어가 먼저 좋아한거라며? 부럽네, 능력있네 그넘, 이런 반응을 감추지 않는다. 결혼 10년차 유부남에게 깜찍한 아가씨가 사랑한다며 매달린다면 지구상의 어떤 남자들도 아 부럽다는 반응을 보일게다. 물론 사랑받는 그 남자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는 과감하지도 못해서 그 하룻밤의 무게에 계속 짓눌린다. 역시 오즈가 추구하는 교훈은 쎄라비다. 그것이 인생!

오즈 영화의 주인공은 '일상'이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치밀하게도 보여준다. 그의 일상 묘사는 리얼리티 부여를 넘어 관객에게 그 안에 속해있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이런 일상을 완벽주의로 구현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주인공 남자의 장모와 그 아들의 대화에서 나는 뿜었다. 정말 자질구레하지만 귀여운 대사들을 오즈는 군데군데 숨겨두었다. 많이는 아니어도.

영화에는 모두 함께 '석별의 정'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노래는 언제 번안이 되어 우리 속으로 들어온 것일까. 다른 문화와 별 차이도 없는 것인데 일본의 노래가 우리 속으로 번안되어 들어온 것은 괜히 좀 불편하다.


Posted by ze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