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music2010. 5. 29. 03:44
뭐든 종류가 많아지면 분류를 하고 싶다. 이건 모든 학문의 기본이다. 학문에서 정의, 비교, 분류를 빼면 남는 방법론이 없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_-a

== 음반 종류의 규정 ==

나는 모음집(compilation)을 "앨범이 아닌 모든 음반"으로 정의한다. 라이브는 앨범인가 뭐 이런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라이브도 앨범과 모음집이 있다. 라이브는 스튜디오 녹음과 대비되는 개념이고 다른 범주로 보면 된다.

싱글이 그럼 모음집이냐는 말을 할 수 있는데 LP/EP/싱글의 대립은 또 다른 범주이다. 싱글도 모음집이 될 수 있다. 스플릿 싱글이라고 해서 A면과 B면에 다른 뮤지션의 곡이 한곡씩 들어간 경우들도 있었다. 울트라 진성 개러지 펑크 싱글들 중에서는 그런게 상당 수 있다. 연주자 정보도 찾기 힘든 완전 야매 음반들로, 이쪽도 나름 덕후들이 있다. 일본에서 잠시 엿본 적이 있는데, 이 세계는 정말 알고싶지 않다.

부틀랙은 또 다른 범주다. 공식발매냐 해적발매의 차이니까. 그 와중에 오피셜 부틀랙(official bootleg)이라는 말도 안되는 종류까지 나왔다. 원래는 부틀렉인데 뮤지션이 승인해서 공식적으로 발매되는 경우다. 주로 뮤지션이 용돈을 필요로 할 때에 나온다.

그럼 여기까지의 음반 속성을 정의해보자.

음반의 조합 =
x 공식발매/해적발매 
x LP/EP/싱글
x 스튜디오/라이브 
x 앨범/컴필 
(x SP/비닐/MC/CD/MD/HDCD/DVD-Audio/SACD/...)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냥 한번 적어봤고 몰라도 된다. (MC가 우리 예전에 듣던 테이프다. micro cassette)

== 모음집의 분류 : 뮤지션별 ==

이건 한 뮤지션의 곡들을 모은 모음집들이다.

1) 베스트

* 이글스 Best / 아바 Best : 이글스와 아바는 베스트를 사는게 진리다. 앨범이 좋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베스트 한장을 들었다고 해서 욕하기 힘든 뮤지션이 바로 이글스와 아바다. 베스트에 정수가 다 들어있다. -_- 아래 두장이 진리이니 기억에 두시라.
Eagles : The Very Best Of (2CD)ABBA: The Definitive Collection

2) 싱글즈 : 싱글즈는 베스트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앨범에만 수록된 명곡들은 싱글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싱글들을 물리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음반에 쭈르륵 모아둔 것이 있고(CD 1~2장에), 싱글을 발매 그대로 복원해서 넣는 경우가 있다. (CD 10~40장에) 당연히 후자인 싱글 박스 세트가 가격도 비싸고 훨 럭셔리하다.

* 롤링 스톤스 싱글즈 / 스미스 싱글즈 : 앨범도 좋지만 싱글에서 특히 강했던 뮤지션들이 있다. 싱글은 좋은데 앨범은 형편없는 경우들도 은근 있고 한데, 나는 스미스나 스톤스(초기)가 싱글 지향적인 그룹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쪽은 스톤스의 초기 싱글을 3CD로 모은 싱글즈고 뒤쪽은 3년간의 싱글 12장을 모은 박스다. 스톤스는 시기를 나누어 이런 박스를 3종류 냈다. -_-
Singles Collection: The London YearsSingles 1963-1965

3) B사이드 모음 : 싱글은 A면곡과 B면곡이 나뉘는데 A면곡이 히트송으로 밀고싶은 것이고 B면곡은 허전해서 채우는 곡이다. (그래서 약간 경멸하는 느낌으로 필러filler라 부르는 경우가 있다.) A면 곡은 앨범에도 함께 수록되는 경우가 많지만 B면 곡은 앨범에 잘 안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 B면곡만 모아서 만든 모음집이 B사이드 모음집이다. 앨범 미수록곡(non-lp track)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개념상으로는 차이가 조금 있지만 거의 B사이드와 동의어라고 보면 된다.

* 비틀즈 / 스웨이드 : 비틀즈의 Past Masters(2CD)는 정규 앨범 대접을 받는 B사이드 모음집의 본좌. 스웨이드의 이 음반(2CD)은 정규반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Sci-Fi Lullabies (2 Cd-Set)Past Masters (Remastered)

4) 라이브 모음 : 라이브가 하루의 공연을 냅다 뜬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드물고, 대체로는 동일 투어 중에서 잘된 부분만 모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수년간의 여러 투어를 짬뽕해서 내는 경우들이 더 많다. 음반이라는 정제된 상품에는 가공이 많이 들어간다. 심지어는 곡과 곡 사이의 박수소리와 함성도 조작한다.

* 딥 퍼플 / 레드 제플린 : 라이브 앨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딥 퍼플의 Made in Japan은 3일간의 일본 라이브 중에서 눈대목만 골라 편집한 것이다. 3일간의 전체 라이브를 모두 수록한 3CD버전도 있다. BBC 세션은 뮤지션이 전성기일 때의 연주를 많이 가지고 있어 명 라이브의 대명사다. 이건 여러 시기에 걸쳐 녹음한 BBC 세션을 모은 것으로 2CD/4LP다.
Made in JapanBBC Sessions

5) 커버곡 모음 : 뮤지션들은 데뷔한지 몇년 지내면 다들 남의 곡을 불러서 음반을 내고 싶어하는 묘한 속성이 있다. 사실 싱어송라이터 개념이 성립하기 전 옛날 가수들은 다 남의 노래를 불렀고, 작곡가 선생들이 따로 있었다. 그때의 유산인지도 모르겠고, 또 남의 명곡은 나도 부르고 싶은 법이니까.

* 데이빗 보위 / 피터 가브리엘 : 보위의 Pin-Ups는 유명하다. 휴먼 드라마도 커버곡 앨범을 내면서 따라했을 정도다. 피터 가브리엘의 Scratch My Back은 보통 선배들의 노래를 부른다는 관례를 깨고 절반정도를 2-30년 후배들의 노래로 채워서 독특하다. 보통 커버곡 모음은 젊어서 내는 편인데 피터 가브리엘은 다 늙어서 냈다는 것도 포인트. 그레이트 화이트는 특이하게도 레드 제플린의 곡으로만 커버 앨범을 만들었다. 보통은 여러 뮤지션의 곡들을 섞어가며 부르게 마련이다.
Pin Ups [ECD]Pinups
Scratch My BackGreat Zeppelin: Tribute To Led Zeppelin

Posted by ze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