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music2010. 5. 30. 01:05
모음집의 핵심은 뭔가 이유있는 뮤지션들이 모여서 만드는 프로젝트 음반들이다. 이중 헌정음반(tribute album)과 영화삽입곡 모음집은 별도로 특화되어있다. 헌정음반과 영화삽입곡 모음집은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프로젝트 음반들만 대략 살펴보자. 이건 딱히 분류가 쉽지 않고 건건으로 살펴보는 편이 좋아보인다.

여기에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국내 인디씬이 폭발한 것은 결국 김영삼 정부 후반인 1995년 언저리부터이며 이후 수많은 장르의 인디 뮤지션이 쏟아져나왔다. 이 즈음에 다양한 양상의 음악적 시도가 있었고 이중 상당수가 모음집의 형태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모음집은 앨범이라는 약간 각잡은 형태의 음반이 아니고 좀 더 자유롭고 서로 협력이 가능한 형태였다.

# 프로젝트 힙합 앨범 '대한민국' 시리즈 + MP HIP-HOP 시리즈

수십명의 힙합 뮤지션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이 음반들을 통해 존재감을 알린 뮤지션들이 많다. 지금 대부 대접을 받는 드렁큰 타이거나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가는 DJ 소울스케이프 등이 그러했고 DJ DOC는 선배로서 함께 참여해주기도 했다.

1999 / 2000

2001 / 2002

클럽 마스터플랜은 힙합 뮤지션들의 성지 대접을 받았고 그곳을 통해 수많은 힙합뮤지션들이 데뷔했다. 이 모음집들은 그 시절의 기록이다.

2000 초 / 2001 대박 / 2002 풍류

# Our Nation 시리즈

드럭에서 활동하던 펑크 밴드들이 각자 4-5곡씩 녹음하여 EP 분량을 만들고 이를 모아 한장의 CD로 내는 개념이다. 이런 종류의 음반을 스플릿 앨범(split album)이라고 부른다.

이중 드럭이 내놓은 Our Nation은 첫번째 음반에서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가 터져 조선펑크의 존재감을 단숨에 알렸다. 이 시리즈에 참여한 밴드들은 절반 이상이 이름을 알리고 앨범도 성공적으로 발매했다.

1997 vol.1 크라잉 넛 + 옐로우 키친 / 1997 vol.2 노브레인 + 위퍼

1999 vol.3 18크럭 + 새봄에 핀 딸기꽃 / 2000 vol.4 레이지본 + 쟈니로얄

2002 vol.5 비바소울 + 파스텔 / 2003 vol.6 비치밸리 + 그루브샵

릴레이라는 모음집이 있었다. LIPs, 진혜영, 애플 파이, 김태영, 강민정 이렇게 다섯 뮤지션이 각자 두세곡씩을 내어 CD 한장을 만든거다. 그러니까 5인의 공동 싱글 되겠다. 그런데 망했고 저 뮤지션들 누구도 앨범을 내지 못했다. 나름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되나, 음반에는 음악 뿐 아니라 커버에도 뮤지션의 개성을 담아 온전히 하나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 기타 프로젝트

도시락 특공대는 김창완, 어어부, 이상은, 강산에 등등이 모여서 만든 실험적이고 즉흥적인 음악 모음집이다. 1997년의 1탄에서는 즉흥에 중점을 2000년의 2탄에서는 종합예술에 중점을 두고 음반을 만들었다. 지금 들어도 훌륭한 음반들이다.


강아지 레이블은 옐로우 키친, 3호선 버터플라이, 허클베리 핀, 99 등이 소속되어있던 레이블로 실험적인 면이 두드러진 사운드를 지향했다. 이 모음집 One Day Tours는 한국의 실험적 인디 사운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지금처럼 페스티벌이 늘어나기 전까지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것은 2001년도 쌈싸페 음반이고 이 외에도 1종이 더 나왔다.


# 7080 포크

옛날 가요 음반 중에도 여러 모음집이 있었다. 이것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명연으로 인정받아 이후 재발매가 되었다. 아래 재발매된 몇장의 예를 든다. 옛날 가요 음반은 신중현 작곡집처럼 작곡자를 기준으로 여려 뮤지션들이 참여한 경우가 꽤 많은데 이건 지금 기준으로 하면 모음집이다. 또 A면은 한 뮤지션이 담당하고 B면은 여러 뮤지션이 나누어 싣는 등 지금의 앨범과는 크게 개념이 달랐다. (관계없는 얘기지만 옛날에는 번안곡도 많이 불렀다. 지금 외국곡을 한국어로 개사해서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1972 맷돌 (4월과 5월, 송창식, 김민기, 서유석, 양희은)

1972 비의 나그네/아가씨들아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이장희, 이연실, 어은경)

1984 '84 젊은이의 노래 (이정선, 강인원, 남궁옥분 등)
Posted by ze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