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music2009. 7. 31. 01:11
아벨 산체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미겔 데 우나무노 (문파랑,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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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던 이 소설의 중반까지도 나는 진가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정도 질투의 애증관계는 너무 심심한데 하면서. 물론 재미는 있었다. 질투쟁이 호아킨의 감정상태는 내가 너무나 오래동안 가지고 있던 그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감정이입에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 -_-

중간부터 명대사가 쏟아진다. 고독감과 비애감이라는 그 깊은 감정을 우나무노는 건조한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 속에 담아낸다. 아마도 그가 시인이기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표현들이 아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적재 적소에 놓인 그 문장과 감정들은 뒤로 갈수록 페이지를 빨리 넘어가게 만들었다. 작가가 50대에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늙어가는 장년의 마음이 아니면 나왔을까 싶은 대사들이 있다. 이런 문장을 만난 것은 참 오래간만이다. 적당한 비유인가 싶지만 존 레넌의 가사를 읽는 기분이었다.

집착은 참 떨어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지금까지 가장 좋은 특효약은 호아킨의 말대로 나이였다. 나이는 많은 것을 이해하게 해준다. 이해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고향인 빌바오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를 먼저 알았더라면 그의 흔적을 잠시 찾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스페인이면서도 스페인어와는 전혀 관계없는, 아니 유럽 어디와도 관계가 없는 고립어인 바스크어를 쓰는 빌바오는 내 스페인 여행에서 가장 고적했던 시간들로 기억에 남아있다.
Posted by zepelin